우리는 그림은 ‘보고’, 소설은 ‘읽는 것’에 익숙하다. 인식을 바꿔서 들여다보면 어떨까? 소설을 읽고 미술작품으로 풀어낸다면. 반대로 미술작품을 글로 풀어낸다면 다른 매력을 발견하는 예술적 재미가 있지 않을까. 3년간 우리 회사가 이 흥미로운 작업을 응원하며, 전시용 도록에 ARTE를 협찬해온 인연으로 ‘제3회 저작걸이展’에 다녀왔다.
비가 촉촉하게 내리던 11월 30일,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2층에선 미적 호기심을 가진 관람객들로 붐볐다. 미술작품 옆에는 조정래, 김중혁 등 소설가의 짤막한 감상글과 해당 작가의 소설책이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소설의 이야기를 미술작품으로 구현하고, 또 미술작품을 짧은 소설로 풀어낸 콜라보레이션의 현장이었다. 소설가와 미술작가가 짝을 이뤄 총 13팀 120여 점의 그림, 설치미술, 사진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소설을 ‘보고’, 그림을 ‘읽는’ 전시회. 소설가의 상상력과 미술작가들의 미감이 더해져 전시 자체가 예술 장르끼리의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었다.
때마침 전시회 한쪽 공간에서 작가와의 대화가 이루어졌다. 주인공은 조정래 소설가와 김문석 작가. 대한민국의 시대정신과 이데올로기적 갈등을 사실적으로 담아내는 조정래 작가의 <사람의 탈>을 읽고 프레스코화로 작품을 표현한 김문석 작가와의 대화엔 50여 명의 독자와 함께 했다. 한 시대를 관통해서 살아온 남자의 이야기인 <사람의 탈>을 읽고 비슷한 생으로 작년에 삶을 마감하신 아버지의 이야기를 표현해낸 김문석 작가. “<사람의 탈>이 김문석 작가의 영혼을 통해 그림으로 태어나 기쁘고 보람됩니다.”라고 운을 뗀 조정래 작가는 “인접예술이 서로를 이해하고, 그리하여 새로운 작품을 잉태시키는 것은 조화로운 예술행위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작가와의 대화가 끝나고 관람객은 도록을 집어 들고 다시금 작품을 하나하나 되새기며 돌아갔다. 관람객과 전시회의 매개체인 도록은 ARTE 130g으로 만들어졌다. 저작걸이展의 정신과 작품의 작은 결까지 느낄 수 있는 생생함을 ARTE가 구현해낸 것이다. 아무쪼록 ARTE 위에 표현되는 작품들이 더욱 다양해져서 내년 저작걸이展에도 좋은 상생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원한다.